못 생긴 물메기가 웰빙 식품으로 뜨는 이유?
물메기를 꼼치·곰치와 같은 생선으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생선에 관심 있다는 사람들도 물메기를 꼼치의 방언으로 오인하기 일쑤다. 물메기와 꼼치는 둘 다 쏨뱅이목 꼼치과에 속하고 외모도 닮았지만 꼼치가 약간 더 크다. 꼼치과 생선엔 물메기(Cubed snailfish)와 꼼치 외에 아가씨물메기(Agassizs snailfish)ㆍ보라물메기ㆍ노랑물메기 등이 있다.
물메기는 별명이 한둘이 아니다. 서해안과 남해안(인천ㆍ여수ㆍ남해ㆍ통영)에선 물메기라고 불린다. 마산ㆍ진해에선 물미거지ㆍ미거지, 충남에선 바다미꾸리ㆍ물잠뱅이다. 동해에선 곰치ㆍ물곰이란 별칭을 갖고 있다. 과거엔 그물에 걸리면 다시 바다에 버렸다. 물에 던졌을 때 ‘텀벙 텀벙’ 소리 난다고 해 ‘물텀벙’이란 별명도 붙었다.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물메기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180도 달라진 것은 1990년대 들어와서다. 비싼 대구탕 대신 물메기탕이 서민들의 입맛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비린내ㆍ기름기가 없는 특유의 담백함과 부드러운 식감이 입소문을 탔다.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귀한 몸’이 됐다.
한반도의 남해와 서해에선 물메기, 동해(강원도)에선 꼼치가 주로 잡힌다. 통영ㆍ거제의 메기탕엔 물메기, 속초ㆍ삼척의 곰치국엔 꼼치가 들어가는 것은 그래서다. 곰치는 이들과는 전혀 다른 뱀장어목 곰치과 생선이다. 성질이 포악하고 외양이 뱀처럼 생겼다. 꼼치의 강원도 방언이 곰치ㆍ물곰이어서 강원도에서 곰치국ㆍ물곰탕은 있지만 꼼치국은 없다.
지역에 따라 물메기탕ㆍ물곰탕을 끓이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남해안에선 소금과 재래간장으로 간을 해 맑게 끓인다. 강원도에선 얼큰하게 끓이며 특히 삼척 인근에선 묵은 김치를 넣어 시큼하게 끓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물메기와 꼼치는 맑은탕ㆍ매운탕ㆍ떡국 등 국물음식의 식재료로 널리 쓰인다. 국물 맛이 시원하고 담백하며 살이 연해서다.
물메기와 꼼치는 몸이 반(半)투명하고 물렁물렁해 일정한 형태가 없다. 머리의 폭이 넓고 납작해 민물고기인 메기와 닮았다고 해 물메기다. 정식 학명은 꼬치다. 몸의 등쪽과 옆쪽이 암갈색을 띠고 배쪽은 희면 물메기, 몸 색깔이 밝은 회갈색이면 아가씨물메기다.
물메기와 꼼치의 제철은 겨울이다. 날씨가 추워지는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잡힌다. 꼼치는 겨울철에 명태와 함께 동해안의 덕장에서 말리는 생선 중 하나다. 꼼치의 물컹한 속살은 세찬 겨울바람을 맞으며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야 제 맛이 난다. 배를 가른 뒤 민물로 손질한 꼼치를 짧게는 닷새, 길게는 열흘까지 정성껏 말린다.
영양적으론 여느 생선들과 마찬가지로 물메기도 저열량ㆍ고(高)단백 식품이다. 100g당(가식 부위) 열량은 78㎉로 다이어트 중인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단백질은 16.4g, 뼈 건강을 돕는 칼슘은 36㎎ 들어 있다. 껍질과 뼈 사이엔 콜라겐이 풍부해 퇴행성관절염 예방에 유익한 생선으로 통한다. 물메기와 꼼치는 애주가의 속풀이 음식으로도 그만이다. “술 먹기 전엔 천하박색, 속풀이 해장할 때는 천하절색”이란 말까지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도 “살과 뼈는 매우 연하고 무르며 맛도 싱겁지만 곧잘 술병(酒病)을 고친다”고 기술돼 있다. 해장 효과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물메기나 꼼치와 궁합이 잘 맞는 식품은 무다. 함께 먹으면 서로 부족한 비타민ㆍ미네랄을 보충해 준다. 같이 넣고 조리하면 육수의 맛이 기막히다. 미나리와도 맛이 잘 어울린다.
물메기와 꼼치는 보기엔 매끈해 보이지만 실제 조리할 때는 주의가 요구된다. 살이 부드러워 비늘을 너무 박박 긁어선 안 된다. 비늘의 점액질이 긁어도 잘 떨어지지 않으면 소금물에 담가 문질러가며 씻는다. 밀가루를 살짝 뿌려두면 더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다. 자료/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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